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신보다 한 세대 위인 티탄 신족에 속합니다.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와 함께 인간을 창조한 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인간을 사랑하여 불까지 훔쳐다 준 신으로도 유명합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먼저 보는 / 먼저 생각하는 자’ 라는 의미입니다.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니 선지자, 즉 예지력을 지닌 신이라는 의미입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의 첫 이니셜인 Pro-는 ‘먼저 / 앞서’라는 의미의 접두사로 쓰이고는 합니다. 영화나 책의 시작부분에 흔히 사용하는 프롤로그를 떠올리면 쉽게 연상하실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인간을 창조했다는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나중에 생각하는 자'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그의 이름 첫 이니셜인 Epi-는 에필로그라는 것도 알아두시면 한 번쯤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상식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는 의외로 예지능력을 가진 신이 많지 않습니다. 있다고 해도 완전하지 않은 예지력을 지닌 것으로 봐야 합니다. 가장 완벽한 예지력을 가진 신은 모든 어머니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지켜 본 그녀를 제외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 중 프로메테우만이 완전한 예지력을 지닌 유일한 신이 됩니다.
프로메테우스 신의 특징
프로메테우스 신은 힘의 신이자 '꿰뚫는 자'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이아페토스와 바다의 여신 클리메네의 아들입니다. 형제로는 하늘을 받들고 있는 아틀라스, 나중에 생각하는 자라는 이름의 에피메테우스 그리고 제우스 신에게 벼락을 맞았다고 알려진 메노이티오스가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티탄 신족과 올림푸스 신족 사이에서 벌어진 대전쟁인 티타노마키아에서 동족인 티탄이 아닌 올림푸스 신족에게 투항합니다. 예지력이 있기에 티탄 신족이 패배할 것이라는 미리 알았기 때문입니다.
투항한 덕분에 형제들 중에서도 뜻을 함께 했던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함께 전쟁이 끝난 후에도 무사할 수 있었으며, 올림푸스 12신 바로 아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형제인 아틀라스가 지구를 짊어지는 형벌을 받게 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종전 이 후, 제우스는 세상을 정비하는 일에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를 참여 시켰습니다. 신을 공경하고 받들 수 있는 인간과 동물을 창조하도록 명한 것입니다. 이에 형인 프로메테우스는 우리 인간을 만들었고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동물들을 창조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프로메테우스 신은 인간 중에서도 남자만 만들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세계관에서 인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여자인 판도라 이 전에는 세상에 남자들만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판도라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프로메테우스와 인간
두 형제는 튼튼한 가죽, 날카로운 이빨 등과 같은 선물이 가득 담긴 보따리와 함께 인간과 동물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땅에서 흙을 떼어 내 신의 모습과 감정을 닮은 인간을 창조했습니다. 동물들과 달리 신들이 살고 있는 하늘을 쳐다볼 수 있도록 직립보행을 하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인간들에게 줄 특별한 능력 또는 재주를 주려던 프로메테우스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재능 보따리가 텅 비어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생각하는 자'인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뒷일을 생각하지 못하고 동물들에게 모든 능력을 다 나눠 줘 버렸기 때문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에게 튼튼한 피부 가죽이나 날개, 무서운 발톱 등을 하나도 전해주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인간들은 동물들 중 육체적으로는 가장 약한 능력을 지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스스로 창조를 했기 때문인지 능력을 전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이 후 프로메테우스는 매우 적극적으로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와 불
티탄의 시대가 끝나고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가 되면서 신들과 인간들은 각각 자신들이 먹을 소의 부위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이 더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묘수를 냅니다. 인간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뼈를 기름기가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지방으로 두르고, 살코기들은 뻣뻣한 가죽으로 덮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 두 가지를 제우스에게 보여주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듭니다. 제우스는 당연히 뻣뻣한 가죽이 아닌 번지르한 지방으로 둘러 쌓인 뼈를 골랐습니다. 이 후로 그리스 시대의 인간들은 신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 지방으로 싼 뼈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남는 고기들은 인간의 몫이 되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속임수를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전승에는 제우스가 실제로 속았으나 결국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결코 온화한 신이 아닌 제우스는 이 사실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제우스는 괘씸한 인간들에게서 불을 빼앗아 버립니다. 불을 빼앗긴 인간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를 본 프로메테우스는 몹시 안타까워하며 헤파이스토스 신의 대장간에 몰래 숨어 들어가 꺼지지 않는 불이자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에게 크게 분노한 제우스는 그를 코카커스의 바위산에 단단한 쇠사슬로 묶어 버립니다. 그리고 독수리가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사의 신이므로 다음날이면 간이 새롭게 재생되었습니다. 그는 매일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스러운 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 형벌은 훗날 영웅인 헤라클레스가 독수리를 처치하기 전까지 매일 반복됩니다.
제우스는 이 일로 인간들에게도 또 하나의 벌을 내립니다. 바로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를 세상에 내려보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중요하고 유명한 일화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다음 포스팅에 남기겠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진짜 상징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창조하고 사랑했던 신이라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또한 완벽한 예지력과 창의력, 그리고 굉장한 손재주를 가진 신이지만 그리스인들은 그를 신으로서 크게 숭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절대 권력인 제우스에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면서까지 지켰던 인간들에게 크게 사랑받지 못한 이 상황이 프로메테우스의 진짜 상징을 부각시킨다는 것입니다.
사실 프로메테우스는 권력에 저항하는 인물, 저항자이자 혁명가를 상징하는 측면도 매우 큽니다. 제우스에게 벌을 받을 때에도 사실 바위산에 묶여 있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굳이 헤파이스토스 신에게 제우스도 결국에 그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와 같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합니다. 그의 도발에 더욱 분노한 제우스가 독수리까지 보내버린 것이지요. 매우 단적으로 그의 저항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넘겨준 불은 '지성', 즉 생각하는 능력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깨닫고 지성을 키워가면 신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우스는 인간이 불을 갖게 되는 것을 매우 크게 경계하고 싫어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바위산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게 될 것이라는 미래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그가 사랑한 인간들에게 지성을 전달해 주고자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중 문화 속 그리스 로마 신화, BTS - 디오니소스 (0) | 2022.11.26 |
---|---|
최초의 여자 인간, 판도라 (0) | 2022.11.17 |
죽음의 신 하데스 (0) | 2022.09.12 |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0) | 2022.09.11 |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 (0) | 2022.09.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