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제우스가 올림포스 12 신들을 동원하여 창조한 최초의 인간 여자입니다. 프로메테우스 신에 대한 포스팅에서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가 분노하여 인간들에게 판도라를 보냈다고 말씀드렸죠. 유명한 악세사리 브랜드 이름이기도 한 판도라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표현으로 더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오늘은 판도라가 누구인지 그녀가 왜 인간에게 내려진 벌이고 판도라의 상자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판도라와 선물
제우스의 명을 받은 올림포스 12신은 판도라를 만드는 일에 참여합니다. 가장 먼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흙과 물을 잘 섞은 후 여신을 닮은 모습으로 판도라의 형상을 만든 후, 힘과 목소리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직접 지은 옷과 허리띠, 면사포를 둘러 주었습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과 매력을, 전령의 신이자 거짓말쟁이의 신이기도 한 헤르메스는 기만, 속임수, 꾀와 같은 교활한 심성을 전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 외 다른 올림포스 신들 역시 각자의 능력들을 불어넣어 주면서 판도라가 탄생했습니다. 판도라(Pandora)라는 이름이 '모든 선물을 받은 자'라는 뜻을 갖는 이유입니다.
제우스가 이토록 공을 들여 판도라를 만든 건 결코 좋은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오히려 인간에게 큰 재앙을 내리기 위함이었다고 보셔야 합니다. 신들의 선물을 종합해보면 판도라는 아름답고 매력 있지만 교활하고 참을성이 없으며 호기심이 많은 인간 여자입니다. 제우스는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이나 나중에 생각하는 자, 뒤늦게 알게 되는 자인 에피메테우스에게 선물로 보냅니다.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가 보내는 선물은 절대 받지 말라'는 형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판도라에게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판도라의 상자
흔히 판도라의 상자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상자가 아니라 항아리가 맞습니다. 이 항아리의 출처에 대해 명확히 전해 내려오는 하나의 합의는 없습니다. 두 가지 설명이 있는데 하나는 제우스가 판도라와 에피메테우스의 결혼 선물로 판도라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 항아리는 본래 제우스가 두 형제에게 인간과 짐승들을 만들 때 나눠 줄 선물을 담아 보냈던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이에 따르면 항아리는 본래 에피메테우스 집에 있었던 것이 됩니다.
저는 먼저 내다보는 자인 프로메테우스가 자신들이 받은 항아리에 무엇이 들었는지 몰랐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미 이 전 포스팅에서 에피메테우스가 모든 선물을 짐승들에게 다 나누어 주는 바람에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줄 것이 남아 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불을 훔쳐다 주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때문에 항아리의 출처는 제우스가 판도라에게 전해준 것이라는 쪽을 조금 더 지지해 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 항아리에는 욕심, 시기, 질투 등과 같은 인간 세상의 모든 해로운 것들인 불행과 질병, 고통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담긴 것이 바로 '희망' 이었습니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항아리를 건네며 '이는 인간들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니 절대로 열어 보지 말 것'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호기심 많고 참을성이 부족했던 판도라는 당연히 그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게 되죠.
뚜껑이 열리는 순간 항아리 안에 있던 모든 해로운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았지만 이미 거의 모든 불행이 인간 세계로 퍼져나간 이후였습니다. 항아리의 바닥에는 단 하나, '희망'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이 일화로 인해 판도라의 상자는 '굳이 알아 볼 필요 없는 비밀'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판도라 상자 속 희망
항아리 속에 남은 희망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의견이 갈립니다. 희망 역시 인간들에게 부정적인 것이라고 보는 견해와 희망은 유일하게 남아있던 긍정적인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희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를 따른다면 이 항아리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형제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이며, 짐승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선물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저는 제우스가 인간을 벌하기 위해 판도라에게 건넨 것이라는 견해를 따르는 것으로 앞서 밝혔습니다. 또한 만일 희망이 유일하게 긍정적인 가치였다면 희망 역시 인간 세계로 퍼지도록 항아리를 다시 열었어야 더 자연스럽지 않나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저는 희망 역시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쪽에 조금 더 힘을 실어 보겠습니다. 희망은 긍정적인 가치로 보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마냥 좋은 가치이기만 한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희망은 불안을 동반하기 마련이며 때로 절망을 가져다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인간의 노력에 따라 좋은 것이 되기도 나쁜 것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노력을 아주 많이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더 큰 고통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판도라가 희망을 인간세계에 마저 보내지 않고 항아리에 남겨둔 것은, 바로 이 양면성을 가진 희망을 여전히 인간이 알 수 없게 숨겼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 희망이 좋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항아리 안에 담겨 둠으로서 오히려 희망이 조금 더 긍정적인 가치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때로 희망으로 인해 불안하고 절망하더라도 결국 희망에 기대어 또 하루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Bts의 멤버인 J-hope님의 개인앨범 'Jack In The Box'에 수록된 'Pandora's Box'에서는 희망이 긍정적인 가치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정 to the 희망, Jack In The Box, 판도라의 손, 하나 남은 희망' 등의 가사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희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더 따뜻하기 때문인지 일반적으로도 그렇게 해석하기 마련입니다.
아미로서는 당연히 제이홉 님의 의견을 매우 존중하며 희망에 대한 제이홉 님의 해석이 '참으로 제이홉답다'라고 생각하여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스스로에게 큰 용기를 내어 다른 방향에 무게를 두어 해석했음을 밝혀 둡니다. TMI이지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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